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진통의 역정에서

최철미 2014. 2. 8. 12:50

진통의 역정에서

전후 일본에 <에로티시즘>이 풍미한 것은 소위 <대화혼>이라는 지도 원리에 인간성을 속박 당했던 일본 민중들의 <레지스탕스>였다고 어떤 이는 지적했다.

그것은 일본제국주의가 강조한 원리적인 우상이 파양된 다음의 일본을 휩쓴 퇴역적 사조였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격동을 받을 때, 사회적 현실의 변화는 급격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오늘 우리들은 전고미증유의 역사적인 격동으로 말미암은 우리들의 사회적 현실의 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참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계기를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의 지옥 속에서 우리를 해방한 역사적인 8.15는 무질서 혼란의 사상적인 <카오스>를 초래했다.

우리들은 오직 정치적인 광란에 휩쓸려 <이데올로기>를 위한 무자비한 투쟁의 제일선에서 싸웠다. 우리들의 생명을 걸고 획득한 민주주의의 승리로 말미암아 이 악몽과 같은 정치적 폭풍은 사라지고 마침내 쓰레기통에서도 장미의 싹은 잘 자라났다. 그러나 북한괴뢰의 불법남침으로 비롯된 6.25동란은 또 한 번 우리들을 <카오스>로 몰아넣었다.

가치단절은 전도되었고 오직 살기위해서 생명을 위해서 악착같이 날뛰는 동물적인 인생의 본능.... 원시적 이기주의 깃발이 난무했다. 여기에 따르는 무질서와 혼란은 전쟁의 장기화에 정비례하여 성장해 갔고 일시적 휴전으로 인해 재정비 재수습의 단계에 이른 오늘은 걷잡을 수 없는 부동성이 사회전역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는 <데카단이즘>은 오늘 자살 사기횡령 살인, 강도 등등 세기말적 양상을 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격정일로에 있는 이러한 사회상은 견딜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주고 있으나 전쟁수행의 과정에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무질서와 혼란상이 치열했다는 사실을 명기하면서 우리들은 이를 초극하고 그러한 요소를 배제하는데 전력을 주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이 가치 판단의 전도와 국민의 냉정한 이성의 결핍에 연전하는 <데카단이즘>을 지양하려는 하등의 의욕이 없이 이를 규탄하는데 그치거나 <삼강오륜>이라는 진부한 생활윤리로써 이를 광구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일부 낡은 세대를 우리는 먼저 경계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개탄을 개탄하는 동시 낡은 지도 원리 밑에 우리를 속박하려는 것에 항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역사상 어떤 지도 원리 밑에 인간성을 통제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오유화 했다는 것을 그들에게 상기케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진통기에 처해 있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까지의 쓰레기통에서의 진통. 이 가혹한 시련을 초극하는데 우리는 과감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깊은 자각과 자기성찰과의 장구한 인내의 역정에서만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일보, 1956)

(아버지가 22세 청년 때, 지역 신문 전북 일보에 기고했던 패기 넘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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