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에 관한 방송 기사 모음

TV의 화면 뒤 「방송국의 주인」이제는 옛날

최철미 2014. 5. 18. 11:12


TV의 화면 뒤 - 아나운서 (1969년 11월)
「방송국의 주인」이제는 옛날
써준 원고만 읽는 개성 없는 앵무새로
「무용론」나오나 아직은 일러

아나운서
3년쯤 전 모 월간지를 통해 당시 TBC의 아나운서 이었었던 임양근과 팝송DJ 최동욱 사이에「아나운서 무용론」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여 방송 연예가의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분화해가는 각 프로에 알맞게 뉴스·캐스터, 스포츠·캐스터, 팝송DJ, 쇼MC등이 방송을 맡으면 될 것이고 스크립트나 앵무새처럼 읽는 아나들은 스테이션·브레이크에 시보나 콜·사인만 하면 된다』는 것이 최씨의 앙칼진 독설이었고 이에 맞선 임씨는『아나도「앵무새」입장을 벗어나 전문화 해가고 있다』면서 당시 체코사태를 예로 들어『이제 소련군이 다가오기 때문에 방송을 여기서 그친다. 조국이여, 영원 하라!』고 절규하던 자유 프라하방송의 아나를 소개해 아나야말로 방송의 얼굴이며 주인이지 결코「앵무새」가 아니라고 통박했다.
이 설전의 결과야 어떻든 이 싸움은 오늘날 국내 TV의 아나들이 한결 같이 당면하고 있는 직업에 대한 심리저변의 고민을 잘 나타내고 있음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우리 방송의 경우 아나는 시청자들에게 방송국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목소리로 여겨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해외의 그것처럼 프로 내용별로 분화된 전문캐스터가 방송을 전담케 될 것이고 지금 같은 각 국의 거대한(?) 아나실 체제가 상당히 축소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적 진단 때문이다.
TV 3국의 아나실은 30, 40명선의 아나들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각 실이 모두 라디오를 겸해 일하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량에 비하면 그 정도의 인원도 부족하기 짝이 없다는 것.
현재인원 39명인 TBC아나실(실장 박종세)이 가장 많고 37명인 KBS 아나실(실장 강찬선) 30명인 MBC아나실(실장 최세훈)의 순서지만 TV, 라디오 제1방송, 제2방송 등을 감당 하고 있는 KBS가 아나1인당 업무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각 국의 실장급 고참 아나들은 예외 없이 아나가 명실공히 방송국의「주인」이었고 스타대접을 받던 정동 방송국(국영 KBS뿐인 시절)출신인지라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그들의 권위를 더해주고 있지만 해마다 공개시험을 통해 볼 때 아나 지망률이 줄고 있다든지 현역 아나중의 상당수가 행정직이나 PD로의 전업을 희망한다는 추세가 그들의 고민을 반증하는 것 같다.
물론 각 국 아나실도 아나들을 세분화해가는 프로별 전문가로 양성하기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미 과도기적 체제를 형성해「써준 원고만 읽는 개성 없는 앵무새」를 지양하고 있다.
금년 초 PD엔지니어와 함께 아나를 별정적 공무원으로 직제 개편한 KBS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더 이상 아나는 연령공개 채용시험을 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직능의 아나를 채용하기로 해서 그동안 획일적으로「목소리 좋고 얼굴 잘생긴 사람」이면 일반직 직원과 마찬가지의 전형시험을 통해 아나로 채용한 관례를 깨버렸다.
과도기적 체제지만 박혜자 김동건 아나를 제작부 전담근무로 고려진 민창기 아나를 편성부전담 근무로 각각 고정 배치해 MC만 맡기고 있는 TBC나 김용 이철원 김재영 등을 스포츠·캐스터로, 임양근 변웅전을 쇼프로 MC로 전담 양성하고 있는 MBC측의 방법도 상당히 효과적인 것 같다.
그러나 아직껏 직원월급의 샐러리맨인지라 아나들이 TV에 출연키 위한 의상비나 미용비는 거의 없는 형편이고(TBC가 미용비로 3백원에서 5백원을 지급)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전문 캐스터로 크기위해 공부할 시간이나 여건이 전혀 못돼있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실정인 것 같다.
『외국과 비교 한다는 것이 우습겠지만 미국의 인기 모닝 쇼의〈투·데이·쇼〉가 60명의 백스탭을 갖고 있는 점이나 일본의〈오가와·히로시·쇼〉가 30명의 백 스탭을 가진 반면 우리의〈모닝·쇼〉는 불과 3명의 스태프가 담당, 아나와 매일 1시간짜리 프로를 만드는 현실』이라는 MBC 최세훈씨의 말처럼 아직은「아나 무용론」이 대두될 수 있는 시기가 아님은 틀림없는 실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