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1.18

최철미 2014. 6. 15. 13:00

(1.18)


오, 주여.
각자에게 제 자신의 죽음을 주소서.
자기의 사랑과 의의와 고난이 깃들인
그 사람의 생애에 우러나오는 죽음을.

왜냐하면 우리는 껍질과 잎사귀에 불과하므로
제가끔 자기의 내부에 안고 있는 죽음은
그 주위를 온갖 것이 회전하는 열매이오다.

그 열매를 위해 소녀들은 목청을 돋우고
한 그루 나무모양 라우테에서 자라며
소년들은 그들 위해 어른 되기를 그리나이다.

그 열매에는 온갖 따스함과
두뇌의 새뽀얀 작열이 깃들었기에….
하오나 당신의 천사들은 새떼처럼 날아와선
모든 열매 시퍼렇게 설어 있음을 볼 것이외다.

죽음이란 예감 없었던 이들에겐
몸서리 쳐지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강해야 합니다.
설사 낯선 것들이 죽어간다 할지라도….

그 세 번째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이다. 그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적인 섬세함이 있다. 서정적인 풍부한 감정…. 시인들의 발상이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죽음은 암적 존재. 나에겐 언제 죽음이 닥쳐올까? 예감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가족들의 글모음 > 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4.1.15 - 판타지 소설  (0) 2014.06.15
1984.1.16  (0) 2014.06.15
1984.1.19  (0) 2014.06.15
1984.1.20  (0) 2014.06.15
1984.1.21  (0)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