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책, 증언대의 앵무새

개명 뉴스 [막뒤의 삐에로 (下) ]

최철미 2015. 7. 4. 15:43

□ 개명 뉴스

은 30에 RABBI를 넘겨 준 이스라엘 사람처럼 신문은 그를 미워했다.
이기붕 선생에게 선거구를 양도한 연윤희 정객… 표를 던질 사람들의 여망에 등을 돌린 그의 어릿광대짓은 전혀 타율에 의한 것이긴 했다.
그 타율을 신문이 맹타하자 관영방송은 충성스럽게도 반격을 시도했다.
애지테이션 ·푸로파간다가 언론의 정도인가? 하고 힐책하는 고답적인 논설, 담당 아나운서 미스터 최 는 그의 여린 목젖으로 제사부를 넘어뜨리려는 듯 핏치를 올렸다.
그러나 천려의 일실, 용맹스런 우리의 투사는「연윤희」를「연정희」로 오발하고 있었다. 명중해도 끄떡없을 그 표적에….
이튿날 조간은 냉소를 그득 머금었다. ―뭐「연정희」? 한자나 똑똑히 알아두어라. ―그 활자의 보복은 가시 면류관처럼 쓰리고 아팠다.
잉크 냄새 역겨운 신문지를 들고 미스터 최는 계장에게 자수했다. 석고대죄.
책임자들이 세운 대책은 한숨뿐이었고 이제는 기도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은 그를 바라바처럼 돌본 것일까?
휘몰아치는 정치의 광풍 속에서 이 오독사건의 언저리만은 잠잠했다. 다행스런 태풍의 눈.
깊은 성찰 끝에 미스터 최는 깨달았다.
그렇지, 피아노 치는 박정윤씨가 있었구나….
개구가로서의 충성과 지성인의 양심이 갈등을 일으켜 「정사 政」과「이을 胤」이 칡 나무, 등나무처럼 서로 얽혔던 것이다.
칡껍질이 경제 뉴스의 수출품목에 오르내린 어느 날 아침 8시, 전매청장 신만재 씨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PR을 즐기는 신청장의 귀는 순간 경련을 일으켰다.
『신갈재 전매청장은 잎담배 수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신「갈」재? 방송국이 무슨 성명 철학관이야? 마음대로 개명을 하게!
뉴스 캐스터는「일만 萬」의 흐려 쓴 글씨로「칡 葛」로 거침없이 유추하고 있었다.
『이어서 신「갈」재 전매청장은 전매 익금의 증가로…』
나꿔챈 전화기 2국의 3273
『뉴스 하던 아나운서 좀 바꾸시오!』
『기다리세요.』
잠시 후『네에』하고 어미로 달콤하게 마무리는 담당 아나운서,
『한경희 올습니다. 누구시죠?』
『전매청장이오.』
『아 신「갈」재 선생님, 뉴스 들으셨군요.』
철두철미 칡으로 얽어 놓은 성명 3자. 말씀 몇 마디가 써어브레시브 된 다음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고 조아리던 한경희 아나운서의 얼굴은 신만재 청장이 전매하는 홍삼처럼 붉어있었다.
한경희 아나운서의 10여년 선배인 또 다른 한 씨는 예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권위를 세웠다.
뉴스 원고를 가져오면 소 닭 보듯 럭키·스트라이크나 한 대 꼬나물고 있다가 2분 전에야 스튜디오로「위풍당당한 행진」을 했다.
아무리 베테랑이지만 전지전능하지는 못한 사람, 처음 는 원고란 대개 눈으로 글씨를 주워 곡조에 싣게 마련인데 장단이 맞지 않을 때는「그리고, 즉」같은 접속사나 지시대명사「이」「그」「저」를 장님 도배하듯 아무데나 갖다 붙였다.
그리하고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의 순방외교를 보도하면서『이 덜레스』『저 덜레스』같은 한양합주도 몇 절 섞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