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1.22 - 그림자 (시)

최철미 2014. 6. 15. 12:54


-그림자-

언제부터인가
나의 모양을 하고
길게 누운 당신은
이 하늘 아래
가장 가련합니다.

빛살은 바래고
수십 해 몸부림쳤다던
지난 역사의 산 증인
바로 나.

당신은 나를 닮으려 했지만
짓궂은 햇볕의 장난으로
나의 실루엣이어야만 했습니다.

눈, 코, 입….
어느 하나 가져보지 못한
당신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설움 속에서
나를 좇던 시간들.

이제 당신과 나는
발끝의 인연으로
하나가 되어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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