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1.14

최철미 2014. 6. 15. 13:07


( 1.14)
우리 인간은, 인간의 본성을 신선하고 새로운 그 어떤 미지수의 매력에 의하여 이끌리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강력한 호기심을 발산하곤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인간이 맺어지기 위해선 모르는 미지수를 알고 싶어 하는 욕망, 미완성을 완성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들이 생겨야 그 끝맺음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완성의 기쁨보다 실망과 무료로 연결되는 것을…. 인간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후-. “아름다운 것”이란 자체가 가치 없게 돼가고 있다. 기준을 만든 채…. 이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자. 아름다움의 기준을 무너뜨린 채로 물어보라. 다신의 마음에게로…. 삶의 여유를 지니자. 자신만한 여유를…. 인생을 살아가보면 가끔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할 때가 있다. 오늘과 같은 경우. 글쎄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동양백화점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어떤 남자가 내게 다가오더니 “실례지만 남자세요? 여자세요?”하고 묻는 것이었다. 난 하도 기가 막혀서 “네? 뭣하러 물어보세요?” 반문했다. 그러더니, 다른 남자가 또 와서는 자기는 중학교 3학년이고, 이름은 뭐고,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장황하게 늘어놓더니 “여자분 이세요?” 하는 것이었다. 난 모른 체 하며 “네” 하고 대답했다. 그 남자, 어린애같이 좋아하면서 “데이트”하자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데, 친구가 왔다. 난 핑계를 대고, 뺑소니(?)를 쳐 버렸다. 다시 그 자리에 왔는데, 기막히게도 또 만났다. 그 남자는 여자를 만났으니 행운이라면서 복권 한 장을 사는 것이었다. 참. 그리곤 수요일에 어디어디로 나오라나! 난 어처구니가 없어 픽 웃고 헤어졌다. 별 희한한 사람 다 봤군. 그야말로 “미친” 사람이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니 웃음이 자꾸만 나온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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