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1.12 - 시간의 노예 (시)

최철미 2014. 6. 15. 13:30

(1.12)
시의 세계. 그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인간만의 세계. 나는 주제넘지만 그 고상한 세계에 도전해본다.

-시간의 노예-

시계바늘 움직인 대로
따라나선 자 뉘인가.
하나의 원을 긋고 또 그었는데도
여지껏 쳇바퀴만 돌고 있구나.

힘에 겨운 오름도
찰나지간의 내리막길도 모두 외워서
성가심 없는 시간의 노예여.

스물 네 번의 종소리로
추의 무게는 거듭 무거워지는데도
요람 속 아가는 아지껏 잠들고만 있구나.

순간에서 순간으로의
반복과 반복 속에서
반항할 줄도 거부할 줄도 모르는
시간의 충복.

초침의 규칙성음에
길들여진 맥박을 하고
숨 쉬고 있는 자 뉘인가.

그 첫 번째 시. 내가 생각하기론 도저히 내 주제에 걸맞지 않다는 얘기이다. 후-. 킬킬킬. 정말 나란 인간은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동물인가 보다. 15세 소녀다운 맑고 순수한 얘기를 하기엔 난 너무도 더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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