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춘수의 봄

최철미 2013. 12. 4. 10:43

춘수의 봄

춘수야,


분홍빛 꽃솜같은

저녁 노을이

저녁 하늘을

포근히 덮어버릴 무렵이면


네가

하기 힘들어도 억지로

걸음마 연습을 하는 날엔

난 볼 수 있단다


네 등 뒤에서

십자가를 지고

갈보리 산으로 향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어느새

저녁 하늘에

남보랏빛 과꽃물이

곱게 물들어갈 무렵이면

난 볼 수 있단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떼어놓는

네 발자국 사이로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지는

예수님의 피땀을

 

그러면서, 춘수야, 나는 기다린단다

네가 너의 튼튼한 두 다리로

씩씩하게 뜀박질을 하게 될

연두빛 봄날을

 

네가 그렇게도 타기 좋아하는

자동차를 네가 직접 몰고 다닐

화창한 봄날을.


네 굳은 혀가 풀려서

널 일으켜 세우실

예수님의 크신 능력을

네 입으로 증거할

너의 봄날을


(춘수는 제 사랑하는 이웃, 경희 언니의 외아들입니다.)



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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