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2.22. (2.22) 내일이면 1학년도 끝이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밀려온다. 어른들 말씀엔 한창 좋은 때가 2학년이라고들 하지만. 늙어 간다는 것이 우리들은 무척 서럽다. 이제 후배들이 들어오면 언니 노릇도 해야 하고…. 이제 한 학년 더 올라갔으니 책임이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아유! 만사가 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23 (2.23) 드디어 마지막 날. 몇몇 아이들은 아침부터 풀이 죽어 시무룩해 있더니, 마침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약간 섭섭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왔다. 거의 1년을 같이 생활해오다시피 했던 친구들. 반 편성 카드를 나눠줄 때 난 살며시 울었다. 수미도 울고, 현경이도 울고, 소영이도 울었..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24 (2.24) 점심 때 병원에 다녀왔다. 목이 붓고, 매우 따갑고 아팠기 때문이다. 난 그저 감기려니 했는데, 언니 말이 인파선 부은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억지로 병원을 가라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단순한 감기야.” 의사선생님의 말씀이었다. 공연히 주사 한 대 맞고 돌아왔다. 집에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25 (2.25) 또 토요일. TV는 Sports, 재방영물…. 지루한 것들만 보여주고. 심심하던 차에 현경이 에게 전화가 왔다. 동시 상영하는 영화 두 편을 보러가자는 것이었다. 제목은<부시맨>과 <사관과 신사>. 보나마나 불편한 의자에, 비오는 화면에 잘려나가는 필름…. 고생만 할 것 같아 일부러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26 (2.26) 기대가 잔뜩 부풀어 오른 아침. 오늘은 언니네 학원서클인 “해오라기”가 초연 다방에서 1일 찻집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한 몫 해 보겠다는 생각에 매우 흐뭇했다. 아니, 그것보다 Y를 만나게 된다는 기쁨이 가슴을 방망이질 했다.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다. 도착해보니 매우 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27 (2.27) 곰곰이 그의 생각을 해본다. 왜 그는 나의 마음을 꽉 차지하고 있는 걸까. 어제의 난, 물음에 모른다는 대답만 하고…. 어휴, 내가 지금 20살이더라도 그와 멋진 사랑을 할 텐데. 겨우 열다섯. 누이동생 취급당하고. 그는 날 가지고 논 거야. 날 이용했어. 내게 괴로움을 주므로 그는 재..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 2.28 (2.28) 현명한 양처가 되기 위해서는 총명한 두뇌와 해박한 지식이 마땅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오던 나였다. 그러나 그런 여자들 중엔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양처보다는 악처가 된 사람이 많다는 얘길 듣고 난 어긋난 얘기다 싶었다. “왜냐하면 우수한 여자였을수록 이상주의자였기 때문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년 3월 4일 (3.4) 오늘은 오래간만에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단순한 재미를 보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복잡한 감정을 떨쳐버리고만 싶었다. 내가 자주 드나드는 극장엔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재 상영되는 영화한편을 즐길 수 있다. 요즘 영화들은 대게 구성이 그렇고 그렇지만 머리 가득히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년 10월 31일 - 한국을 떠나던 날 (1984.10.31) 계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계절의 모든 괴로움을 잊어버리고 나는 낯설지만 새로운 계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의 관념 밖에서 생소했던 것들이 서서히 밀려옵니다. 나는 부딪힙니다. 거세게, 하지만 보이지 않게 부딪힙니다. 그러면서 나는 시간이라는 압박 속에 점점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손혜원 전주 KBS 아나운서 - 우리 아버지가 제일 예뻐하던 조카딸 ('열린 전북'에서 퍼옴) http://openjb.co.kr/bbs/view.php?id=special&no=100 피를 나누지 못한 사람들의 슬픔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짧고 덧없는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고립된 자신을 벗어나 손을 뻗쳐 서로에게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 힘과 위안과 온기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인간이 하는 일이다. 이것을 .. 가족들의 글모음/조카들의 글모음 201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