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2.2. 2.2 어젯밤에 늦게까지 TV를 보는 바람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잠자리에 누워 뒹굴뒹굴하고 있자니, 문득 오늘 약속이 생각났다. 이런 건망증 심한 놈 같으니라고. 나를 꾸짖으며 서둘러 옷을 입고 고속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오늘, 전주에서 S와 K가 오기로 한 것이다. 도착해보니 그 애..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3. (2/3) 하루 종일 숙제에 시달렸다. 언니가 보다 못했는지 나보고 얼굴이 핼쑥해 졌다고 했다. 밥 먹을 시간도 나지 않는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런. 휴우-. 긴 한숨만 나온다. 개학도 성큼 다가왔는데 이거 어쩐담. 방학 초엔 “이까짓 거 뭐.”하고 코웃음 쳤는데 이제 보니 팔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4 (2/4) 아침부터 숙제와 씨름했다. 어유. 지겨운 도덕숙제. 이젠 치가 떨린다. 으~~~. 국산품 애용에 관한 포스터와 표어. 그리고 격언, 명언, 속담에 대한 느낌이나 다짐쓰기…. 한꺼번에 세 가지를 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휴우-. 내일 모레가 지나면 개학인데. 어유. 학교고 뭐고 다..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5 2.5. 창문너머로 컴컴한 밤하늘에 별들이 드문드문. 오늘도 다 저물어버렸으니, 남은 거라곤 내일 하루뿐. 아직 못 다한 숙제도 내일을 기해서 아주 끝내버려야겠다. 지리멸렬한 어둠. 어둠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걸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제 개학이 내일 모레이다. 요즘은 도..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6 (2/6) 후-.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만이 나온다. 개학이 내일. 초등학교는 추위 때문에 방학을 연기한다는데…. 초등학생들을 부러워하긴 처음이다. 나도 참. 오늘 미국에서 고모님이 오셨다. 하도 어릴 때 헤어져서 그런지 난생 처음 보는 분같이 생각됐다. 알래스카에 사는 고모인데, 나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7 (2/7) 개학날.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나 그간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재회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깔깔대는 웃음 뒤에는 슬픔만이 나를 괴롭혔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고모 세분이 번갈아가며 아빠를 간호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할 일만 하..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8 (2.8) 아빠가 오늘 병원에 입원하시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선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에서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아빤 이미 오래전에 간암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는 것 이였다. 그러면서도 아빤… . 어려운 일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9 (2.9) 오늘도 쭉 아빤 주무시고만 계신다. 권사님이 오셨는데 사람들을 수 없이 치료해 주신 분이시란다. 지금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기적뿐이다. 하지만, … 안수를 받고 나자 아빠께선 눈을 떴다가 이내 또 감으셨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줌이 안 나와 배가 불룩하시던 아빠였는데, 오늘..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0 (2.10) 하루 종일 아이들과 논쟁을 벌였다. 화제의 대상은 “박 찬기”였다. 수업시간에도 끊임없이 토론(?)을 했다. 먼저 얘기를 꺼낸 내가 잘못이지. 왜 박 찬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공연히 친구들에게서 “정신병자”라는 소리만 들었다. 인간마다 각자의 절대자를 가진다는 건 좋..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1 2.11 어수선한 소리에 잠을 깨보니 6시 10분경이었다. 비몽사몽간에 언니와 오빠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듯했다. 마침 언니가 울음을 애써 참으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왜들 이렇게 소란스러워?” “윤경아….” “빨리 말해봐.” 머뭇거리는 언니..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