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1.3. - 판타지의 계속 (무엇 때문에 아버님을 죽여야만 했을까.) 아까부터 그의 머릿속엔 똑같은 의문이 떠나질 않고 있다. (예기치 않던 아버님의 죽음. 그것이 나와 어머니에게 끼칠 영향은 얼마나 클 것인가.) 어느새, 그의 허무적으로 어두워진 푸른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린다. (여자인 것을 알리는 없었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4. 1.4.. 3일간의 휴가도 끝나버렸다. 오늘부턴 공부하라는 아우성들. 하는 수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기는 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오직 S. 책을 펴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어느새, Y로 변해있다. 오, 망칙하다. 순간이더라도…. “난 오빠가 좋아. 오빠가 나의..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5. - 판타지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할 때면 잠자리에 들 무렵이나, 혼자 길거리를 걸을 때, 특히 일기를 쓸 때에는 정말 달콤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약 이렇게 초라한 최 윤경이 아니고, 영국 귀족의 혈통이라면. 이름은 마리아. 나이는 15살 그리고 모델 겸 영화배우. 세계 각지의 신문에 이렇게..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6. 1.6. 오늘도 동창 쪽으로 해가 뜨고 우린 또 하루를 맞이했지. 결국 나의 생애는 “미미한 행동들의 연속”에 불과하지 않을까? 조그만 일어나 앉아 있어도 피로에 짓눌린 어깨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권태로운 생활 속에 늙어간다는 걸 실감 할 수 있는 것 같다.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7 1.7.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죽임을 당해도 살아나겠다.”고 생각해오던 나였습니다. 자살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을 인간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인간의 확신이란 것은 이토록 허무한 것일까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쁨 바로 옆에는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8 (1.8) 전 모든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를 스쳐지나가던 모든 이들. 그들은 제게 언제나 너를 떠나지 않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떠나버렸습니다. 제게 상처만 남겨두고는. 그들은 제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전 느꼈습니다. 난 세상이 필요치 않는 하찮은 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9 (1.9) “You can do what?" 하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난 그때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난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결국 대답을 못하고 말 것이다. 왜냐면 난 정말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사고뭉치들의 결정체인 나. 목적도, 꿈도, 이상도 가지고 있지 않는 나. 살아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10 1.10 1월이 된지도 벌써 열흘째. “남자들은 복잡한 감정을 떨쳐버리려고 영화를 본다. 반대로 여자들은 그런 감정을 맛보려고 영화를 본다. 이래서 남녀 모두를 흡족 시키는 영화가 드문 이유 중의 하나다.”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우연히 지나친 말이다. 그러나 난 복잡한 감정을 떨쳐..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11 (1.11) 거룩한 고요와 감히 범할 수 없는 적막이 백설에 덮힌 대지를 감싸고 있는 밤. 열어젖힌 창문으로 차가운 냉기가 방안에 들어오려고 한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낙엽들은 밤이 주는 싸늘함과 겨울이 주는 소외감으로 파르르 떨고 있는 것만 같다. 외로움의 공포와 물밀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12 - 시간의 노예 (시) (1.12) 시의 세계. 그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인간만의 세계. 나는 주제넘지만 그 고상한 세계에 도전해본다. -시간의 노예- 시계바늘 움직인 대로 따라나선 자 뉘인가. 하나의 원을 긋고 또 그었는데도 여지껏 쳇바퀴만 돌고 있구나. 힘에 겨운 오름도 찰나지간의 내리막길도 모두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