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p.6 - 나 오늘 이대로 지새운다면 그대 모습 하얗게 비춰질까요. 멀리서 가득히 고인 두 눈에 스쳐가는 별들이 안타까워요. - 오 그대 어두운 별리는 싫어 우리사랑 꿈처럼 잊혀져가요. 향긋한 달 바람 불어오면 어둠속을 무작정 걸어볼까요. - 그리움 은근히 찾아들 때면 그대 삶의 창가를 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7 -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버리고, 난 그네들이 흔해빠져 물들어버린 길거리에서 또 하나의 흔한 얼굴로 주저앉아버린다. - 그날 고향의 하늘은 정녕 푸르렀습니다. -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면 오랫동안 쌓여왔던 분노와 고통, 세상의 온갖 치기와 모순, 일시적의 증오와 혼란… 모든 것이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8 - 왠지 그 옛날 때 묻은 소설을 읽다가 엎드려 울던 때가 그리워진다. 자정이 넘기를 기다렸다가 겨우 만년필을 들고 골똘하던 갓 넘은 십대가 그리워진다. 딴에는 첫사랑이라 울고, 웃다가, 성내고, 기뻐하고, 또 토라지고…. 오로지 동경과 애틋함이 파란 잉크 속에 여려졌다. 잊었다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9 - 그 넘치는 강물 하이얀 재 뿌리며 여민 가슴에 울고픕니다. 얽히고 얽힌 동경으로 헤아림에 울고픕니다. 머얼리 떠나와 어두운 별리가 싫어 다하지 못한 몸부림에 울고픕니다. 현란의 머언 길 방랑처럼 고향을 향한 애틋함에 울고픕니다. 그때 우수에 젖어 고인 눈으로 다시 한 번 흐느..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10 - 형. 왠지 지금 만년필을 들면 건방져질 것 같아. 모르는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아무렇게나 얘기하고 싶어. 그네들 온통 치기가 어린 현실, 그 마지막 종점,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이상을. 또 하날 입에 물면서…. 나는 자주 어울려 한껏 즐기고, 마시고, 그럭저럭 호젓이 앉아 세상..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윤경이의 일기 (1983년 12월 21일 - 1984년 2월 28일) 동생 윤경이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5년이 넘었다...... 얼마 전, 윤경이를 기억하는 윤경이의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어린 시절의 친구 지윤이와 경숙이...... 모두 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윤경이의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서 윤경이의 일기를 이 곳에 올린다..... 여중 1학년 겨..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1 (12/21) 50여 일간의 방학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하루하루 지겹게 손꼽아 기다렸건만 막상 방학을 시작하니, 뭔지 모르게 두렵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차고 보람 있는 방학을 보내리라” 매년 하는 다짐이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 많은 시일..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2 12/22 하루 종일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전화벨소리가 울릴 때 마다 얼른 뛰어가서 받았지만, 매번 실망을 했다. 초조했다. 분명히 오늘은 속리산에 가자고 했는데…. 눈발이 날리더라도 전화 한 통쯤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어제 못 만난 것이 후회스럽다. 그는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3 12/23 시내에서 옷을 사고〈시인과 나〉〈못다 핀 꽃 한 송이〉두 곡의 파퓰러 악보를 샀다. 피아노를 오래간만에 쳐보니 소리가 제대로 나질 않아서 오빠가 벤치를 들고 퉁탕거렸지만, 조율을 해야만 했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그가 내게 말했다. “아직은 온실의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4 12/24 Christmas eve 날. 예년보다 더 쓸쓸함이 깃든다. 별로 기쁘지도 않고…. 마음 한 구석 어딘가 허전하다. 지루함에 못 견뎌 피아노를 쳤다.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 잎 두고 가신 님아/ 가지 위에 눈물 적셔 놓고/ 이는 바람 속에 남겨놓고/ 앙상한 가지 위에/ 그 잎 새는 한 잎/ 달빛..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