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임금님 벌거숭이 임금님 하늘과 땅이 갈리던 태초에 나는 벌거숭이었다 그러나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나 역시 가식과 허위로 수를 놓은 옷감을 두르고 허영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살아야 함을 언젠가는 다시 벌거숭이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고 살아야 함을 아무도 꽃들에게 옷을 입히려 들.. 딸, 철미의 시모음 /그 이전의 고독 2014.08.11
국화 국화 보이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냥 느낄 수 있는 가을의 향기 새벽마다 머금는 이슬은 하나님의 눈물 아침마다 꽃잎모아 기도하는 저녁마다 꽃술로 찬양하는 천상의 꽃 (2014 년 봄부터 쓰기 시작한 시) 딸, 철미의 시모음 /사랑, 그 아름다움 2014.06.08
교회를 위한 기도 주님, 저희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창세 전 이 곳에 세우신 당신의 교회 당신의 핏값으로 사신 이 교회 당신의 몸된 이 교회를 저희에게 허락하심을 감사 드리며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말씀을 배우게 하시고 변함 없는 소망으로 천국을 바라게 하시고 아낌 없는 사랑으로 서로를 섬기게 .. 딸, 철미의 시모음 /기도시 2013.12.20
슬픈 노래 세월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시간이 지나면, 더 나이를 먹으면, 모든 게 이해가 될 거야.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모든 걸 감싸 안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 하면서, 마치 남의 일인 양 가볍게 흘러.. 딸, 철미의 시모음 /그 이전의 고독 2013.12.15
물고기의 노래 물고기의 노래(행동 반경 5 마일) 바쁘면 매일 가는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딱 3 마일 일 주일에 두 번씩 나가는 학교 까진 집에서 딱 2 마일 사무실에서 학교까지도 딱 2 마일 일요일마다 주일 예배 드리러 가는 교회랑 토요일마다 봉사하러 가는 한글학교는 4.5 마일 금요일마다 찬양예배 가.. 딸, 철미의 시모음 /내 살아갈 동안 2013.12.08
몽당 연필의 노래 몽당 연필의 노래 그 많은 사연들을 적어내느라 그 크던 키가 이렇게 작아졌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내 작은 가슴이 다 닳도록 써 내려간 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이 원고지를 채워나갈 때 뿌듯하던 심정을.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언어를 찾아 헤메다 하얗게 새운 .. 딸, 철미의 시모음 /내 살아갈 동안 2013.12.06
원죄의 회상 원죄의 회상 천지가 창조되었을 때 나는 하나의 알이었다 날 孕胎한 어미새는 미처 부화가 끝나기도 전에 날아가 버리고 (그녀 역시 孵化가 덜 끝난 철새였기에) 돌아갈 母胎가 없는 나는 밤마다 부화등을 켜고 깨어져나간 껍질을 끌어 모아 안에서부터 붙여나가는 고된 작업을 계속한다.. 딸, 철미의 시모음 /그 이전의 고독 2013.12.06
바람은 바람은 바람이 인다 아득한 과거의 기억 속 밤하늘 별빛처럼 빛나던 작은 소망 저 혼자 타오르다 타오르다가 뼛가루마냥 하얗게 사위어 한 줌 재로 남아 묻혀 있다가 차마 잠들지 못하고 소리 없이 휘도는 조용한 갈망 그 기나긴 여운 8-1-2001 딸, 철미의 시모음 /그 이전의 고독 2013.12.06
석류 석류 네 뺨을 붉게 물들이던 황홀한 입맞춤 그렇게도 찬란하던 너의 봄 사랑의 결정(結晶)들이 방울방울 영글어 네 안에서 태동(胎動)하던 너의 여름 알알히 영롱한 고운 핏덩이들을 가지런히 해산(解産)하던 너의 가을 또 다시 맞을 봄을 꿈꾸며 나목 (裸木)으로 동면(冬眠) 하는 너의 겨.. 딸, 철미의 시모음 /사랑, 그 아름다움 2013.12.06
자두 자두 꿈결 아지랑이처럼 너를 향해 피어올라 봄바람에 흩어지던 첫사랑의 하얀 숨결 가슴 하나 가득 너를 품고 싶어 가지마다 아롱지던 연두빛 풋사랑의 작은 망울들이 한 여름 내내 너를 향해 핏빛으로 여물던 선연한 그리움 8-15-13 딸, 철미의 시모음 /사랑, 그 아름다움 201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