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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차를 싫어하는 마이크로폰 [막뒤의 삐에로 (下) ]

□ 곡차를 싫어하는 마이크로폰 풍년 든 해의 정원 초하루, 신인 아나운서 송석두 씨는 사무실을 곁눈질하며 곧장 스튜지오로 출근을 했다. 도소주 몇 잔에 얼근해진 그의 얼굴은 동구라파처럼 적화되어 있었다. 9시 15분의「명곡감상」을 자원한 그는 얼얼한 손끝으로 디스크를 돌렸다. ..

테로 독주와 머리 빠진 삼손 [막뒤의 삐에로 (下) ]

□ 테로 독주와 머리 빠진 삼손 지각 45분의 최고기록 보유자인 임택근 씨, 그의 데뷔는 화려했지만 약간의 공포를 수반했다. 첫 방송의 감격적 스타팅을 가족과 친지에게 알리고 고등고시 보는 사람 법조문 따로 외듯 아나운스 멘트를 줄줄이 암송했다. 전봉초 씨의 첼로독주와 합창. 늘..

아베베의 선조 [막뒤의 삐에로 (下) ]

□ 아베베의 선조 한희동 씨가 선배 윤용로 씨와 숙직을 했던 어느 겨울 일요일 아침, 자명종이 울린 다음에도 두 사람은 꿈의 미로에 빠져있었다. 종교음악이 거의 끝날 즈음, 수위가 깨우는 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들은 스튜디오까지 반 나체 경주, 1착은 윤용로 선배, 2착은 물..

개명 뉴스 [막뒤의 삐에로 (下) ]

□ 개명 뉴스 은 30에 RABBI를 넘겨 준 이스라엘 사람처럼 신문은 그를 미워했다. 이기붕 선생에게 선거구를 양도한 연윤희 정객… 표를 던질 사람들의 여망에 등을 돌린 그의 어릿광대짓은 전혀 타율에 의한 것이긴 했다. 그 타율을 신문이 맹타하자 관영방송은 충성스럽게도 반격을 시도..

리퀘스트의 이창 [안테나 밑 유사]

□ 리퀘스트의 이창 일방통행이던 라디오가 리퀘스트의 문을 넓히자 청취자는 이를 또 교신의 구름다리로 삼았다.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그 음향 화된 편지는 감상적인 멜로디로 포장되어 원시감정을 자극한다. 이 멜로디의 편지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신비… 더구나 그 내밀한 ..

대리근무 이변 [안테나 밑 유사]

□ 대리근무 이변 대리투표 싫어하는 야당 못지않게 아나운서들은 대리근무를 기피한다. 반드시 사고가 난다는 징크스가 따르기 때문이다. 환갑집에 초대되어 고량주 한잔에 얼굴이 닳아 오른 아나운서는 라이락 덮인 성공회 골목을 어슬렁거리다 방송국에 들렀다. 『잘됐어 미스터 최,..

외로운 베르테르의 모정 [안테나 밑 유사]

□ 외로운 베르테르의 모정 귀엽고 발랄했던 청년 이강석은 남산연주소를 오르내리는 동안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다. 거의 사계에 걸치는 동안 이 귀하신 몸의 가슴에 모정의 꽃피는 나무를 자라게 한 아가씨는 민병연이라는 평민의 딸, 해맑은 얼굴, 넘쳐흐르는 천진, 기계와 같은 정확..

기념식의 징크스 [안테나 밑 유사]

□ 기념식의 징크스 이승만 박사와 이기붕 선생이「락성식」에 납신 그 날의 남산연주소는 안팎으로 한랭전선이 머물었다. 1958년 12월 18일, 분수 터에 빙화가 피어난 영하의 날씨, 경호원이 쳐놓은 싸늘한 피켓트 라인… 추위와 긴장에 저항하듯 실내의 스팀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

르네상스와 목소리 대통령 [안테나 밑 유사]

□ 르네상스와 목소리 대통령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던 9월 8일, 승리자의 가벼운 군화소리를 무거운 알마이트 녹음기에 수록했던 일을 만당은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제 2 방송과는 인천까지 가서 역사적 사건을 녹음방송하려고 서둘러 나는 부평 통과를 허가하는 완장을 청구하러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