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찬 맥 주 찬 바다가 그의 근육을 자랑할 때, 무늬져 밀려온 물결이 기슭에 쏴아 부서지며 이루는 우윳빛 거품······ 그것을 나는 맥주 한 잔에서 느낀다. 용기에 따르어진 맥주는 유폐된 바다. 누구에게나 영해권이 있다. 백조의 깃털 같은 모자를 입술로 제치면 혀끝에 와 닿는 짜릿..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8
연애편지 연애편지 「나비」라 제하여 『이것은 꽃 번지를 찾아드는 둘로 접은 러브레터』라고 읊었던 시인은 누구던가? 충매화들은 바야흐로 경염을 준비하고 있다. 엽록 밑에 누우면 생각나는 베르테르의 편지…. 가장 오래 남을 이 서간체의 프롤로오그에 나오는 샘터, 그 샘터에 비쳤던 하늘..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8
사자후 사자후 「브라운」관의 마법에 눌려 안방을 쫓겨난 「라디오」는『여러분』이라는 청취대상을『당신』이라는 단수로 바꿔「맨·투·맨」전법을 쓰고 있다. 더욱이「트랜지스터」라는 수신기의 혁명으로 대사도 없이 음향만을 진동으로 느끼는 가슴에 대고 듣는 「드라마」도 출현했..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8
단골집 한결같이 정결한 반상 입안서 녹는『경향』집 산적 단골집 어항 속의 담수어처럼 회유하는 반경이 작고 일정해서 먹고 마시는 것은 방송국 언저리에서 해결한다. 휘발유 떨어진 자동차가 주유소를 가릴 것인가. 그런데 격식을 갖추어야할 때는 인사동 결혼 시장 입구『경향』으로 행차..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8
기념식의 징크스 기념식의 징크스 리승만 박사와 리기붕 선생이「락성식」에 납신 그날의 남산 연주소는 안팎으로 한랭전선이 머물었다. 분수터에 빙화가 피어난 영하의 날씨, 경호원이 쳐놓은 싸늘한 피켓트 라인……추위와 긴장에 저항하듯 실내의 스팀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위질을 끝낸 VIP..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8
A letter from 곰선생 to 제비양(고은정) 곰선생 (곰 선생과 제비양의 대화의 광장을 마련합니다. 우리들 생활주변에 이 얘기 저 얘기로 무엇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입니다.) 제비양! 전깃줄에 음표처럼 늘어 앉아 구체 음악을 연주하는 당신네 동족에겐 얼마나 위대한 여름입니까? 복사열에 헉헉대며 북극을 그리는 저..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2
그때나 지금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회색의 브라운관에 따뜻한 피를 통하게 하던 외화「페리·메이슨」을 지금은 방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밤을 지키는 올빼미같이, 원죄를 투시하며, 치뜬 메이슨 변호사의 눈동자는 강렬한 영상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텔레비전의 오스카 - 에미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이 드..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2
나의 자화상 나의 자화상 -금보다 더 비싼 머리털 값- 쥴리어스·시이저라면 월계나무 또아리나 얹고 있지…아직 불혹도 아니데 앞이마의 표면적은 서울 길처럼 넓어진다. 이 개간 작업 때문에 머리털 한 오리가 금값으로 폭등. 행동보다 사고가 앞서는 탓인지 홀로 전위적인 주름살, 이마, 타이어 자..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2
사월의 사일간 사월의 사일간 3·15는 태풍번호였다. 독재자들이 그「눈」속에 도사리며 경보를 무시했을 뿐…. 특별, 차등, 공개, 간접의 원칙하에 투표가 끝나자『역사적인 정·부통령선거는 극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끝났다』는 예정기사를 넘겨주며 기자도 픽 웃었다. 뉴스·캐스터들..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2
도마도와 쌀 도마도와 쌀 도마도가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퀴즈에 지금의 중학생들은 거뜬히 정답을 낸다. 그러나 송진 따기, 방공호 파기 등의 근로봉사로 중학과정을 마친 일본어 해득층은 거의 오답을 한다. 하지만 당연하다. 철저한 통제 밑에서 먹고 살이를 배급에 의존했던 식민시대에 도마도는..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2014.02.02